역사적 기원: 물리적 필요성과 쿼터니언(Quaternion)
외적의 직접적인 조상은 윌리엄 로언 해밀턴이 1843년에 발명한 쿼터니언(사원수) 입니다. 쿼터니언은 3차원 공간에서의 회전을 간결하게 기술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 체계입니다.
쿼터니언은 하나의 스칼라(실수) 부분과 세 개의 벡터(허수)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w + x\mathbf{i} + y\mathbf{j} + z\mathbf{k}$). 해밀턴은 두 개의 '순수 벡터' 쿼터니언(스칼라 부분이 0인 경우)을 곱했을 때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두 벡터 $\mathbf{v} = (v_1, v_2, v_3)$ 와 $\mathbf{w} = (w_1, w_2, w_3)$ 를 쿼터니언으로 간주하고 곱하면($\mathbf{v}\mathbf{w}$),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스칼라 부분과 벡터 부분으로 나뉩니다.
$$
\mathbf{v}\mathbf{w} = \underbrace{-(\mathbf{v} \cdot \mathbf{w})}_\text{스칼라 부분} + \underbrace{(\mathbf{v} \times \mathbf{w})}_\text{벡터 부분}
$$
이것이 핵심입니다. 쿼터니언이라는 단일한 곱셈 체계 안에, 현대 물리학에서 지극히 중요한 두 가지 연산, 즉 내적(dot product) 과 외적(cross product) 이 자연스럽게 함께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물리학자들에게 4차원의 쿼터니언은 너무 복잡하고 비직관적이었습니다. 조시아 깁스와 올리버 헤비사이드는 물리학 문제 대부분이 쿼터니언 곱의 스칼라 부분이나 벡터 부분 중 하나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 둘을 분리하여 더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3차원 벡터 연산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 쿼터니언 곱의 스칼라 부분 을 가져와 '내적' 이라 부르고,
- 쿼터니언 곱의 벡터 부분 을 가져와 '외적' 이라 부르기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외적의 다소 복잡해 보이는 계산 규칙은, 역사적으로 3차원 회전을 설명하는 쿼터니언 체계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결과물입니다.
기하학적/물리적 통찰: 왜 '수직 방향'과 '넓이'인가?
그렇다면 왜 쿼터니언의 벡터 부분이 '수직 방향'과 '넓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이는 외적이 해결하고자 했던 근본적인 물리 문제인 '회전' 과 관련이 깊습니다.
1. 회전축으로서의 '수직 방향'
3차원 공간에서 회전을 기술하려면, 단순히 얼마나 돌리는지(각도)뿐만 아니라 어떤 축을 중심으로 돌리는지 를 명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렌치를 이용해 볼트를 조이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렌치 손잡이에 힘($\mathbf{F}$)을 가하면, 볼트는 렌치의 회전면에 대해 수직인 방향 , 즉 볼트의 축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처럼 회전의 결과로 나타나는 효과(토크, 각운동량 등)는 회전면에 수직인 방향으로 발생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외적의 '수직 방향'은 바로 이 회전축의 방향을 나타내는 가장 본질적인 속성 입니다.
2. 회전력으로서의 '넓이'
회전의 세기, 즉 토크($\tau$)는 단순히 힘의 크기에만 비례하지 않습니다. 회전축으로부터 힘을 가하는 지점까지의 거리(벡터 $\mathbf{r}$)와 그 힘의 크기($\mathbf{F}$), 그리고 두 벡터가 이루는 각도($\theta$)에 따라 달라집니다.
토크의 크기는 $|\tau| = |\mathbf{r}||\mathbf{F}|\sin\theta$ 로 계산됩니다. 이는 힘의 성분 중 레버 암에 수직인 성분만이 회전에 기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수식 $|\mathbf{r}||\mathbf{F}|\sin\theta$는 벡터 $\mathbf{r}$과 $\mathbf{F}$가 만드는 평행사변형의 넓이 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즉, 평행사변형의 넓이는 두 벡터가 서로에게 수직으로 작용하는 '유효한 상호작용의 총량'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이는 곧 회전력의 크기 가 됩니다.
You know what's cooler than magic? M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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