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4. 20:11ㆍRay 수학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몸은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적으로계산했을때 극히 낮은 확률이긴하지만 1초에 한 번씩 벽에 부딪힌다고 하면 137억년이라는 우주의 나이보다 많은 시간동안 도전했을 때 한번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입니다.
우연의 법칙이란 확률이 극히 낮은 사건도 여러번의 시행을 하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보렐의 법칙은 극히 낮은 확률은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라는 이론입니다. [확률을 일반적인 방법보다 더 수학적으로 다루는 이론인 측정이론(measure theory)을 개발한 프랑스 수학자 에밀 보렐(Emile Borel 1871-1956)은 대중을 위한 확률론 입문서 <Probabilites et la vie(확률과 삶)>에서 '가능성에 관한 유일한 법칙(single law of chance)'으로 소개했습니다.] 이 두 법칙은 서로 모순적입니다. 시행이 많아질 때 낮은 확률의 사건을 예정적인 사건으로 봐야할지(우연의 법칙), 아니면 어쩌다 한번임으로 무시하고 다수의 사건들만 고려할지(보렐의 법칙) 고민하게 만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게 더 합리적이라고 보시나요?
고등학생때 배운 큰 수의 법칙을 봅시다. 표본이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중심극한정리에 의해 표본의 평균은 정규분포에 근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여러분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통계적 오류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전세계 성인 남성의 키를 확률변수로 표본추출을했을 때 평균이 170cm, 표준편차가 20cm이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정규분포의 확률에 의해키가 280cm이상일 확률은 1.898*10^-8입니다. 70억인구라고 했을때 정규분포상으로 키가280cm이상인 사람은 132명 이상 존재해야합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키가 280cm이상인 사람은 존재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수능시험을 모두 찍어서 맞출 확률은 존재하지만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사람이 절대 당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보렐은 일상에서 100만분의 1보다 작은 확률, 지구상에서는 1/10^15, 우주적 규모에서는 극단적으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1/10^50일 경우 그 사건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다른말로 전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보렐(Borel)뿐만 아니라 통계학을 전공하는 다른 수학자들도 그와 입장을 같이하여 발생할 확률이 지극히 낮은 경우 우연으로 발생할 확률은 0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갈때 로또가 당첨될 일은 없다고 보면되는거죠. 물론 이를 통해서 신학을 전공하시는 분들께서는 보렐의 법칙을 근거로 예수님의 기적과창조론은 필연적이다라고합니다. 하지만 보렐의 법칙은 지극히 작은 확률은 무조건 일어나지 않는다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큰 수가 정말 아주커진다면 수학적으로 확률의 극한값이 1로 수렴하기에 발생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almost surely)’라고 말할 수도 있기때문입니다. 이에대한 확률론 영상은 예전에 다뤘으니 한번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한 예시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1997년 샐리 클라크의 생후 11주된 아이가 잠자던 중 사망했습니다. 사망원인은 영아돌연사증후군(SIDS)였습니다. 1년 뒤 다시 아기를 갖게되는데둘째 아기도 같은 원인으로 생후 8주만에 사망합니다. 경찰은 샐리를 영아 살해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이 한 가정에서 두 번이나 일어날 확률은 1/7300만입니다. 보렐의 법칙을 적용하면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경우입니다. 그렇게 샐리는 종신형을 받게됩니다. 이는 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되시나요? 이 계산에서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상호 독립적인 것이라는 가정하에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가 모두 남자인 경우 그리고 첫 아이가 영아돌연사증후군일 때 두번째 아이도 영아돌연사증후군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확률은 상호독립적인경우 보다 높았습니다. 영국의 레이 힐 교수는 이에 대한 가능성을 모두 포함시켜 다시 계산한 결과 영아돌연사 증후군 사례가 두번 발생했을 확률이 영아 살해가 두번 일어날 확률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밝혀내며 통계학적 증거의 오용과 오해에 대한 비판 끝에 2003년 샐리 클라크는 무죄를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줍니다. 먼저 보렐의 법칙은 우리가 일상적인 판단을 할 때 효율적입니다. 예를들면 로또의 당첨될 확률은 엄청 낮기에 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연역적인 추론을 할 때는 보렐의 법칙보다는 큰 수의 법칙을 통한수학적인 계산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일련의 사건을 보면 우리는 대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낮은 확률이 일어날 것이란 성향을 띄며 불리한 행위에 대해서는 높은 확률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이러한 행동심리학적인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우리는 보렐의 법칙을 적절히 활용해야합니다. 절대 일어날 수없다고 단정지어서도 안되며 그렇다고 너무 맹신하지도 않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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