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5. 18:12ㆍRay 수학
혹시 절댓값의 정의를 기억하시나요? 절댓값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수나 $0$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언어적인 해석일 뿐, 수학적으로는 더 깊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절댓값의 기호는 $\vert A \vert$이며, 이것은 원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절댓값은 $\vert A - 0 \vert$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절댓값이 0으로부터의 거리라는 것이 명확해집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보죠. 절댓값은 거리를 나타내는 개념이므로 방향이 없습니다. 즉, $\vert 5 - 0 \vert$와 $\vert -5 - 0 \vert$는 동일한 값을 가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둘 다 원점으로부터 $5$만큼 떨어져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는 절댓값을 그저 부호를 없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절댓값은 그 자체로 순수한 거리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유클리드 거리
거리란 두 개의 물건, 장소 등이 공간적으로 떨어진 길이를 의미합니다. 친구의 집에서 여러분의 집까지의 거리, 학교에서 도서관까지의 거리, 이 모든 것들이 거리라는 개념 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실생활 속 거리 개념을 좌표평면 위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좌표평면은 숫자와 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거리를 계산하기에 아주 적합한 공간입니다. 직관적인 예를 들어 좌표 평면상에 점들의 길이를 구해보도록 하죠.
다음과 같이 네 점 $A(0, 0)$, $B(0, 0)$, $C(4, 0)$, $D(4, 3)$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때, 점 $A$와 점 $B$ 사이의 거리는 얼마인가요? 점 $A$와 점 $B$는 같은 점이므로 떨어져 있는 양, 즉 거리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기호로 나타내면 $\vert A-B \vert=0$이라고 표현하죠. 따라서 거리는 $0$입니다.
다음은 점 $A$와 점 $C$사이의 거리를 보겠습니다. 점 $A$와 점 $C$는 $y$축 방향으로는 차이가 없고 $x$축 방향으로만 $4$만큼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거리는 $\vert A - C \vert = 4$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점 $C$ 와 점 $A$ 사이의 거리는 얼마일까요? 순서만 바뀌었을 뿐 두 점 사이의 공간이 변한 것은 아니므로 거리는 똑같이 $\vert C - A \vert=4$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점 $C$와 점 $D$의 거리는 $\vert C - D \vert = 3$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점 $A$와 점 $D$사이의 거리는 얼마일까요? 점 $C$에서 점 $A$와 점$D$를 잇는 선분을 각각 그린다면 $\triangle ACD$는 직각삼각형입니다. 그렇다면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해 어렵지 않게 $\overline{AD}$의 길이를 $\sqrt{3^2 + 4^2}=5$라고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관찰할 수 있는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점 $A$에서 점 $D$로 갈 때 점 $A$에서 점 $C$를 거쳐 점 $D$로 가려면 $3 + 4 = 7$이란 길이가 필요한데 반해 점 $A$에서 바로 점 $D$로 가면 $5$라는 거리로 충분합니다. 상식적으로 점 $A$에서 점 $C$로 일직선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회해서 간다면 당연히 길이가 길어지겠죠. 이 성질을 삼각 부등식이라 부릅니다.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동할 때, 그 외의 점을 거쳐간다고 해서 더 빠르게 갈 수 없다는 거죠.
삼각형을 그렸을 때 볼 수 있듯 가장 긴 변의 길이 $\overline {AD}$는 다른 두 변의 길이의 합 $\overline{AC} + \overline{DC}$ 보다 작거나 같습니다. 이처럼 직관적인 $3$가지 성질을 만족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거리'라는 개념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d(x, y)=|x-y|$$
- 반사성(Reflexivity) $d(x, y)=0 \Leftrightarrow x=y$
- 대칭성(Symmetry) $d(x, y)=d(y, x)$
- 삼각 부등식(Triangle Inequality) $d(x, y)+d(y, z) \ge d(x, z)$
현실에서의 거리
거리에 관한 일반적인 관념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종종 거리를 직선으로 측정하지만, 실생활에서 거리의 개념은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서울과 부산은 지도상의 좌표로는 $325\text{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실제로 차로 이동하면 $390\text{km}$를 이동해야합니다. 훨씬 더 멀죠. 왜냐하면, 도로는 직선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굽이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학교 교실로 옮겨와 보겠습니다. 교실에서 맨 뒤 왼쪽 자리에서 맨 앞 오른쪽 자리까지의 이동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맨 뒤 왼쪽 자리에서 맨 앞 오른쪽 자리까지 갈 때, 직선 거리를 따라 책상을 밟고 이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보나마나 반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저를 쳐다볼 것입니다. 실제로 그 거리를 걸어가기 위해서는 책상과 의자를 피해야 하므로 훨씬 더 많이 걸어야 합니다. 이처럼 직선거리는 가장 짧은 거리를 나타내지만 이상적인 거리일 뿐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실제로 이동하는 현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새로운 거리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택시 거리(taxicab metric)'입니다.
택시 거리는 도시 환경에서 택시가 이동하는 방식에 기초합니다. 도시에서 택시는 대부분의 경우 직선으로 이동할 수 없고, 대신 길이 나있는 가로나 세로 방향의 도로를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두 점 $x = (x_1,x_2)$와 $y=(y_1, y_2)$가 평면 상에 주어졌다고 할 때,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
d(x,~y) = \vert x_1 - y_1 \vert + \vert x_2 - y_2\vert
$$
예를 들어 앞선 예시와 같은 점이 주어졌을 때, $\overline{AC}=\vert0 - 0\vert + \vert4 - 0\vert=4$이며, $\overline{AD} = \vert4 - 0\vert + \vert3 - 0\vert = 7$이 됩니다. $A$에서 $x$축 또는 $y$축 방향과 평행하게 이동하여 다른 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단거리를 나타내죠. 그렇다면 이러한 이동 방식도 거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앞서 거리라는 개념은 흔히 '반사, 대칭, 삼각 부등식'이라는 $3$가지 성질을 만족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택시거리는 다음과 같이 거리의 정의를 잘 만족합니다.
- 반사성(Reflexivity)
$$ d(x,~x) = |x_1 - x_1| + |x_2 - x_2| = 0 + 0 = 0 $$- 대칭성(Symmetry)
$$\begin{align}
d(x,~y) &= |x_1 - y_1| + |x_2 - y_2| \\
&= |y_1 - x_1| + |y_2 - x_2| =d(y,x)
\end{align}$$- 삼각 부등식(Triangle Inequality)
$$\begin{align}
d(x, y) + d(y,z) &= |x_1 - y_1| + |x_2 - y_2| + |y_1 - z_1| + |y_2 - z_2|\\
&\ge |x_1 - z_1| + |x_2 - z_2| = d(x, z)
\end{align}$$
원의 정의
원은 주어진 중심으로 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으로 정의합니다. 예를들어 단위원 즉, 원점을 중심으로 하고 반지름의 길이가 $1$인 원을 본다면 $(x,y)$와 $O(0, 0)$사이의 거리가 $1$임을 이용해서 피타고라스의정리로 부터 원의 방정식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sqrt{(x-0)^2 + (y-0^2)}=1 \quad \Rightarrow \quad x^2+y^2=1$$
그러나 원의 정의에서 거리 개념을 택시 거리로 바꾼다면, 원의 모양은 달라집니다. 원점에서 어떤 점 $(x, y)$까지의 택시 거리는 $|x| + |y|$가 됩니다. 따라서, 택시 거리에 기반한 단위원은 다음과 같은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 \vert x - 0 \vert + \vert y - 0 \vert = 1 \quad \Rightarrow \quad \vert x \vert + \vert y \vert = 1$$
이 방정식에 따른 도형은 좌표평면 상에서 다이아몬드 형태를 띕니다. 이는 $x$축과 $y$축에 평행한 선들을 따라 이동하는 것을 고려하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유클리드 기하학에서의 원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 형성됩니다.
다양한 거리들
직관과는 다른 모양이지만 이러한 기하학적 도형들은 도시 계획이나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현실적인 모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몇가지 거리를 더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체스보드 거리(Chessboard Distance)
체스보드 거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체스판의 말들이 이동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거리 측정 방법입니다. 이 거리는 두 점 사이의 거리를 가로 또는 세로 이동 중 가장 큰 단일 이동으로 측정합니다.
$$ d(x,y)=\max(|x_1 -y_1|, |x_2 - y_2|) $$
체스보드 거리에서의 단위원은 $\max(|x|, |y|) = 1$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축에 평행한 정사각형 모양을 띕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양과 같이 픽셀 또는 격자 기반의 시스템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민코프스키 거리(Minkowski Distance)
민코프스키 거리는 거리 측정의 일반화된 형태로, 여러 다른 거리 측정 방법들을 포괄합니다. 이 거리는 'p-노름(norm)'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거리 측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 d(x,~y) = \left( \sum_{i=1}^{n} |x_i - y_i|^p \right)^{1/p} $$
표현이 어려워 보이지만 이는 유클리드 거리, 택시 거리, 체스보드 거리 등을 특정한 '$p$' 값에 따라 표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p = 1$때는 택시 거리, $p = 2$는 유클리드 거리, $p = \infty$은 체스보드 거리가 됩니다. 이처럼 민코프스키 거리는 다양한 거리 측정 방식을 모델링할 수 있어 데이터 포인트 간의 유사성을 측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산 거리(Discrete Distance)
이산 거리는 두 점 사이의 거리가 연속적인 값을 갖는 유클리드 거리나 택시 거리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이진 관계를 나타냅니다. 즉, 두 점이 동일하면 거리가 $0$이고, 그렇지 않으면 거리는 $1$입니다.
$$ d(x,~y) =
\begin{cases}
0 & (x = y),\\
1 & ( x \neq y)
\end{cases} $$
이렇게 정의한 이산 거리도 반사성, 대칭성, 삼각 부등식을 모두 만족합니다.
- 반사성(Reflexivity)
$$ d(x,~x) = 0 $$- 대칭성(Symmetry)
$$ d(x,y)=d(y,x)$$- 삼각 부등식(Triangle Inequality)
$$ d(x,y)+d(y,z) \geq d(x, z) $$
위와 같은 이산거리에서 중심점을 $O(0,~0)$라고 할 때, 이산 거리에서의 원은 $O$를 제외한 $O$ 주변의 모든 점들을 포함합니다. 왜냐하면 이산 거리의 정의에 따라, 중심점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다른 점들과의 거리는 1이고, 따라서 중심점을 둘러싼 모든 인접한 점들을 포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산 거리는 매우 단순하고 명확한 거리 측정 방식으로, 두 점이 동일한지 여부만을 고려합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유클리드 거리에서부터 이산 거리에 이르기까지, 거리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각각의 거리 측정 방법은 그것이 적용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거리란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우리가 서로 얼마나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다양한 거리를 통해 서로를 관계를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으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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